CPI를 앞두고, 시장이 숨을 골랐다
안녕하세요, 태온파파입니다.
어제 코스닥이 7% 오르는 걸 보고 나면, 다음 날 아침 화면을 켤 때 은근한 기대가 생깁니다. 오늘도 그럴까 하는 마음이죠. 그런데 장이 열리자마자 두 지수 모두 마이너스로 출발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어제 상승분을 반납하는 흐름이 나오나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밀린 날이 아니라 숨을 고른 날이었습니다.
아침, 로봇이 다시 앞장섰다
NXT 시간대에서는 로봇이 가장 먼저 움직였습니다. 티엑스알로보틱스와 에스피지, 클로봇 등이 상승했고 로봇 섹터 전반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대 하락이었지만, 에코프로가 돌려주면서 2차전지도 일부 반등했습니다. 특히 애경케미칼처럼 최근 끼를 보여준 2차전지 종목이 먼저 반응하는 모습이 특징이었습니다.
며칠째 아침 장에서 로봇이 먼저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반복되면 우연이 아니라 구조로 봐야 합니다.
초반, 하락 종목은 많지 않았다
본장은 코스피 1.2%, 코스닥 0.9% 하락으로 약하게 시작했습니다. 다만 하락 종목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지수가 빠지는 것과 종목이 빠지는 것은 다릅니다. 지난달 말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던 날에는 2,200개 가까운 종목이 함께 빠졌습니다. 그런 날은 어디를 봐도 피할 곳이 없습니다. 오늘 아침은 달랐습니다.
저는 지수가 마이너스로 열리면 곧바로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개수를 확인합니다. 지수가 빠져도 오르는 종목이 충분하면 그날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걸, 지난 2주를 거치면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실제로 증시는 곧 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소부장과 2차전지, 전력, 태양광 일부가 회복했습니다. 부동산 공급 쪽에서는 상지건설과 동신건설, 일성건설이 강했고, 메가프로젝트 쪽에서 금호건설 등 건설 중소형주가 함께 움직였습니다. 한성크린텍과 시노펙스 등 반도체 용수 관련주까지 순환했습니다.
이 구간부터 CPI 발표를 앞두고 상승 시 현금 비중을 확보하는 리스크 관리가 강조됐습니다.
오전, 부동산 정책 테마가 선명했다
오전에는 부동산 정책 테마가 가장 뚜렷했습니다. 일성건설과 동신건설, 상지건설이 잇달아 VI를 기록했고, 메가프로젝트 건설주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가 돌려주면서 코스피가 반등했지만, 코스닥은 상승 이후 조정을 받았습니다. 어제 크게 오른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여기서 나온 판단이 오늘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조정을 건전한 조정으로 보고, 시장 방향과 상관없이 사전에 정한 대응을 그대로 실행한다는 원칙이 유지됐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실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미리 정해둔 대로 하는 것 말이죠. 화면 앞에 앉아 있으면 계획보다 눈앞의 캔들이 훨씬 크게 보입니다. 지난달 말처럼 하루에 두 번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날에는 더 그렇습니다.
이후 화장품 섹터 일부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순환도 나타났습니다.
오후, 조정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오후에는 코스피가 소폭 상승하고 코스닥은 횡보하는 흐름으로 넘어갔습니다. 시장 자체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CPI를 앞두고 추가적인 비중 관리가 중심이었습니다.
여기서 코스닥 조정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게 나왔습니다. 과거와 같은 대형주 쏠림 신호로 보지 않고, 오히려 이후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건전한 조정으로 봤습니다.
같은 하락을 어떻게 읽느냐가 대응을 가릅니다. 어제 7% 오른 지수가 오늘 옆으로 가는 걸 이익 실현 신호로 볼 수도 있고, 다음을 위한 정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시장이 보여준 종목 흐름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마감, 조용하게 마무리했다
장 후반에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용했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과열 거래로 코스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외신 분석이 공유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정책 리스크가 다시 언급됐습니다. 지난달 말 우리가 겪었던 일의 원인이 여전히 시장의 화두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다음 달 중순 예정된 국가 AI 관련 평가 일정 등이 향후 테마 후보로 체크됐습니다.
마감 정리는 이랬습니다. CPI를 앞둔 비중 관리와 코스닥 조정을 이용한 접근 전략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무리한 비중만 피하면 기회는 계속 온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오늘이 남긴 세 가지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조정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두 지수 모두 마이너스로 출발했는데 하락 종목은 많지 않았고, 곧 회복이 나왔습니다. 지수가 빠져도 안에서 종목이 돌아가는 날은 무너지는 날이 아닙니다. 지난달 말과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입니다.
둘째, 테마의 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어제까지 2차전지와 로봇, 반도체 중소형이었다면 오늘은 여기에 부동산 정책과 건설, 반도체 용수, 화장품까지 붙었습니다. 재료가 계속 새로 나온다는 건 자금이 시장 안에 머물고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오늘은 대응이 판단보다 앞선 날이었습니다. CPI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사전에 정한 비중 관리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 말고 더 나은 방법은 없습니다. 예측이 아니라 준비가 필요한 구간입니다.
총평 — 이벤트를 앞둔 시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오늘 같은 날의 정체
오늘은 시황을 정리하기가 애매한 날이었습니다. 크게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았고, 결정적인 사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이 사실 시장에서 가장 흔합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 걸리는 날이나 코스닥이 7% 오르는 날은 몇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입니다. 대부분의 거래일은 오늘처럼 지나갑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실제 성과를 가릅니다. 큰 날에는 누구나 집중합니다. 문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입니다.
지수가 막혀 있다는 것의 의미
지금 시장은 위아래가 모두 막혀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위쪽은 개인 투자자들의 콜옵션 매수가 누르고 있습니다. 옵션을 팔아준 쪽은 지수가 오를수록 위험이 커지니 현물을 눌러야 합니다. 지수가 조금 오르려 하면 매도가 나오는 구조입니다.
아래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변동성 지수가 한 달 넘게 유지하던 고점을 깨고 내려온 상태이고, 일정 수준 이하로는 밀리지 않으려는 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간에서 지수 방향에 베팅하는 건 가장 비효율적인 선택입니다. 방향이 없는데 방향을 맞히려 하는 셈이니까요.
대신 자금은 종목으로 흘러갑니다. 오늘 지수는 거의 제자리였지만 부동산 정책주에서 VI가 연달아 나오고 건설과 반도체 용수, 화장품까지 순환한 게 그 증거입니다. 지수가 막혀 있을 때 개별 종목의 기회가 오히려 늘어납니다.
이벤트 앞에서 현금이 갖는 의미
오늘 하루 종일 강조된 게 CPI를 앞둔 비중 관리였습니다.
물가 지표가 왜 중요하냐면, 지금 시장을 짓누르는 가장 큰 변수가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우리 시장이 무너질 때도 미국 장기 금리 급등이 배경에 있었습니다.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면 AI 투자 사이클 전체가 흔들리고, 그 여파가 우리 반도체까지 내려옵니다.
CPI는 그 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표입니다. 결과에 따라 시장이 어느 쪽으로든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방향을 맞히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어느 쪽이 나와도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금 비중이 그 역할을 합니다.
시장이 좋으면 현금은 아깝게 느껴집니다. 오늘처럼 종목들이 계속 돌아가는 날에는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을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던 날, 아래에서 살 수 있었던 분은 현금을 들고 있던 분뿐이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위험
한 가지는 계속 짚어야 합니다.
오늘 장중에 레버리지 ETF의 과열 거래가 코스피 변동성을 키웠다는 외신 분석이 공유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정책 리스크가 다시 언급됐습니다.
지난달 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의 원인이 정확히 여기에 있었습니다. 담보 비율이 무너진 계좌에서 기계적으로 쏟아지는 물량은 차트도 실적도 보지 않습니다. 이후 보완정책이 시행되면서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신호가 나왔지만, 구조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CPI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같은 방식으로 물량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레버리지를 늘리는 건 특히 위험합니다. 방향이 맞아도 진폭을 견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우리는 2주 전에 직접 봤습니다.
무리한 비중만 피하면 기회는 온다
오늘 마감 정리에서 나온 표현이 이번 국면을 잘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한 비중만 피하면 기회는 계속 온다는 것.
지난 2주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 걸렸고, 하루 만에 지수가 두 자릿수로 되돌아왔고, 코스닥이 나흘 연속 오르다가 7%까지 올랐습니다. 그 사이에 로봇과 2차전지, 광통신, 전기전력, 철강, 태양광, 부동산까지 테마가 계속 바뀌었습니다.
기회가 없어서 못 잡는 게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 때 여력이 없어서 못 잡습니다. 그리고 여력이 없어지는 가장 흔한 이유가 무리한 비중과 레버리지입니다.
마무리 — 조용한 날의 가치
오늘 마감 후 화면을 닫으면서, 이런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수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종목은 안에서 돌아가고, 다음 이벤트를 준비할 시간이 있는 날. 지난달 말 같은 날이 매일 오면 판단력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2주를 거치면서 시장을 떠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조용한 날의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준비에 있습니다. 오늘 비중을 정리해 둔 분과 그러지 않은 분은, CPI 결과가 나온 뒤에 완전히 다른 하루를 맞게 됩니다.
내일 어떤 숫자가 나올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어떤 숫자가 나와도 그날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상태인지, 그것만 점검해 두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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