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안녕하세요, 태온파파입니다.
주말입니다. 장이 열리지 않는 날에는 화면을 켜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번 주는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지난 2주가 워낙 험했던 탓입니다. 서킷브레이커를 두 번 겪었고, 사상 첫 이틀 연속이라는 기록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하루 만에 지수가 두 자릿수로 되돌아오는 것도 봤습니다.
이런 주간이 지나고 나면 몸이 먼저 지칩니다. 매일 장을 정리하다 보면 하루하루의 등락은 놓치지 않는데, 정작 "그래서 지금 시장이 어디쯤 와 있는가"는 흐릿해지곤 합니다. 나무를 매일 세다 보면 숲의 모양을 잊는 셈이죠.
그래서 오늘은 평소와 다른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하루의 시황이 아니라, 지금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와 그 아래 깔린 위험을 한 번에 정리하겠습니다. 길어질 겁니다. 다만 이번 주처럼 흔들린 주간을 보낸 뒤에는, 이렇게 한 번 정리해 두는 편이 다음 주를 훨씬 편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축 — 거시 지표가 보내는 경고음
764일이라는 숫자
먼저 불편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지금 장단기 금리 역전이 764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오실 겁니다. 비교 대상을 하나 두면 선명해집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역전 기간이 540일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보다 200일 이상 더 긴, 역사상 최장 기록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오래전부터 경기 침체의 선행 신호로 여겨져 왔습니다. 짧은 돈을 빌리는 비용이 긴 돈을 빌리는 비용보다 비싸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태입니다. 그런 비정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지표를 볼 때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그러니까 위험하다"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데도 2년 동안 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입니다. 두 번째를 빼먹으면 지표만 보고 2년 내내 시장 밖에 서 있게 됩니다. 첫 번째를 빼먹으면 어느 날 갑자기 당합니다.
지표는 시점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방향과 취약성만 알려줍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빚으로 산 주식이 1조 달러를 넘었다
두 번째 숫자는 마진 부채입니다. 쉽게 말해 빚을 내서 주식을 산 규모입니다.
닷컴 버블 당시 이 규모가 약 1,00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약 1조 1,000억 달러입니다. 10배 이상 커졌습니다.
이 숫자가 왜 무서운지는 지난 2주에 우리가 직접 겪었습니다. 지난달 말 우리 시장이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를 맞았을 때, 개인이 던진 물량의 상당 부분은 판단이 아니라 반대매매였습니다. 반대매매는 차트를 보지 않습니다. 밸류에이션도 보지 않습니다. 담보 비율이 무너지면 기계적으로 팔립니다.
빚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건, 시장이 조금만 밀려도 그 물량이 자동으로 쏟아질 준비가 돼 있다는 뜻입니다. 상승할 때는 이 부채가 연료가 되지만, 하락할 때는 그대로 가속페달이 됩니다. 부채의 역설입니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최근 한 대형 펀드가 무너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시장 전체의 연쇄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시스템 리스크가 아직 통제 범위 안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취약하다는 것과 무너진다는 것은 다릅니다.
상업용 부동산이라는 시한폭탄
세 번째는 상업용 부동산입니다.
2008년 위기의 진앙은 주택 담보 대출이었습니다. 지금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은 상업용 부동산 담보 증권입니다. 재택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오피스 가치가 떨어졌고, 만기가 돌아온 대출의 연장이 거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 부담은 대형 은행보다 지역 은행 쪽에 집중됩니다.
여기에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폭락에 대비하는 보험료가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현재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설마" 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거시 지표는 분명히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경고는 "내일 무너진다"가 아니라 "지금 바닥이 얇다"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축 — 반도체는 마라톤 구간에 들어섰다
2년이라는 물리적 시간
이제 우리 시장의 심장인 반도체로 넘어가겠습니다.
지난 2주간 대형 반도체 두 종목의 움직임에 지수 전체가 끌려다녔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 오히려 급락했고, 다음 날 컨퍼런스콜에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자 한 시간 만에 4.7%까지 튀었다가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이 널뛰기를 보면서 제가 정리한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반도체를 단기 테마처럼 보면 반드시 지친다는 것입니다.
메모리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기업이 생산 능력을 늘리기로 결정한 뒤 실제로 그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립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시간의 문제입니다. 공장을 짓고, 장비를 들여오고, 수율을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주가는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의 리듬으로 움직입니다. 하루하루의 등락에 의미를 부여할수록 판단이 흐려집니다.
실적이 좋은데 왜 빠지나
이번 주에 가장 많이 받았을 법한 질문이 이것일 겁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왜 주가가 빠지느냐.
답은 업황이 아니라 눈높이에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호재로 보지 않습니다. 그건 당연한 전제 조건입니다. 여기에 더해 다음 분기 전망의 공격적인 상향, 그리고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까지 요구합니다. 이미 좋은 시나리오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난 2주의 조정은 업황의 종말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기대치가 정상 범위로 내려오는 소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공급망의 병목과 새로운 경쟁자
다만 낙관만 할 수는 없는 변수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차세대 고성능 낸드 제품의 양산 지연입니다. 관련 기업이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일정 조정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차세대 GPU와 그에 탑재될 차세대 HBM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일수록 공급망 병목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 사건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입니다. 지난주 글에서 저는 중국 위협론이 매도의 원인이라기보다 명분에 가깝다고 썼습니다. 지금도 단기적으로는 그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만 최근 나온 이야기 하나는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해외 대형 스마트폰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메모리 채택을 검토했는데, 정작 그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들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값싼 대체재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가격 협상력을 갖고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내수 수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에 호재입니다. 그 스마트폰 기업은 결국 우리 쪽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격을 부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경쟁자가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세 번째 축 — 코스닥이 서 있는 자리
200월선이라는 자리
이번 주 우리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코스닥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폭락 구간에서 코스닥은 심리적 지지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 사흘, 나흘 연속 강세를 보이며 800선을 되찾았고, 코스피가 4.5% 빠지던 날에도 플러스를 지켰습니다.
이걸 단순히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으로 보기에는 몇 가지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코스닥 지수는 200개월 이동평균선 부근에 닿았습니다. 월 단위 평균이니 사실상 장기 추세선입니다. 2017년 이후 이 선에 닿은 사례가 여섯 차례 있었고, 매번 강한 되돌림이 나왔습니다. 그 반등의 평균 폭과 지속 기간을 보면, 단순한 기술적 반발로 넘기기에는 반복성이 뚜렷합니다.
물론 과거의 패턴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주 코스닥의 움직임이 아무 근거 없는 반등은 아니었다는 정도로는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코스닥 관련 제도 개편안이 정책적 모멘텀을 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기술적 자리와 정책 일정이 겹치는 구간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자금은 어디서 왔나
더 중요한 건 그 돈이 어디서 왔느냐입니다.
올해 상반기 상승장에서 반도체 섹터로 몰렸던 자금 중 일부는 고점 부근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그 자금이 갈 곳을 찾고 있었고, 지금 그 일부가 코스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지금의 반등은 기술적 되돌림이 아니라 자금의 이동입니다.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기술적 반등은 힘이 빠지면 끝나지만, 자금 이동은 그 자금이 목표를 채울 때까지 이어집니다.
이번 주에 저는 매일 코스피와 코스닥 창을 나란히 띄워두고 봤는데, 하루하루 두 지수의 표정이 달랐습니다. 코스피가 무거운 날에도 코스닥 쪽 화면은 붉은 종목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 격차가 며칠 연속으로 유지되는 걸 보면서, 이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라는 확신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네 번째 축 — AI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칩에서 인프라로
이번 주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관점을 수정한 부분이 여기입니다.
지난주부터 우리 시장에서 광통신과 전기전력, 데이터센터, 구리, 그리고 이번 주 후반에는 철강까지 계속 돌아갔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종목들이 그냥 순환매로 돌아가는 거라고만 봤습니다. 오늘 자료들을 다시 놓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순서가 있는 이동이었습니다.
인과관계를 따라가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GPU와 HBM이 데이터센터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이를 연결할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합니다. 광통신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 장비들을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과 냉각이 들어갑니다. 전력이 필요하면 변압기와 배전 설비, 송전망이 필요합니다. 전선과 구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을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건설과 철강이 여기서 나옵니다.
지난 2주 우리 시장에서 돌았던 테마들의 순서가 이 사슬과 거의 정확히 겹칩니다.
액티브 펀드들의 편입 종목을 봐도 비슷한 흐름이 읽힙니다. 반도체 소부장이 여전히 중심에 있지만, 발전기와 광통신 관련 기업들의 급등이 눈에 띕니다. AI 혁명의 중심이 소프트웨어에서 물리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이 만드는 반사이익
여기에 정책 변수도 얹혔습니다.
미국의 폴리실리콘 관세와 최저 수입 가격 설정은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과 관세 대상이 아닌 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에 전략적 수혜를 안겨줬습니다. 이번 주 우리 시장에서 태양광 관련주가 강했던 배경입니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 AI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의 회동도 있었습니다. AI 인프라와 자율주행, 로봇 분야의 전방위 협력을 시사하는 만남으로 해석됩니다.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AI 생태계가 결합하는 지점입니다.
2차전지 쪽에서는 저가형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 소식이 나왔습니다.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고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 2차전지가 시총 상위와 중소형주 가릴 것 없이 함께 올랐던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라는 단어 하나로 묶여 있던 시장이 이제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습니다. 연산칩, 메모리, 장비와 소부장, 전력과 통신 같은 물리적 인프라, 그리고 AI와 무관하게 자체 사이클을 가진 업종까지. 반도체 하나만 보면 절반은 놓치는 구조가 됐습니다.
다섯 번째 축 — 실물 자산에 대한 관점
40년 추세가 바뀌었다는 주장
마지막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참고한 보고서에서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 부분이 금이었습니다. 핵심 논지는 이렇습니다. 지난 40년간 이어진 금리 하락 추세가 2020년을 기점으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런 거대한 신용 사이클의 전환은 실물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주식 대비 금의 상대 가치가 여전히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그리고 과거 위기 국면에서 나타났던 비율의 움직임을 근거로 상당한 상승 여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화 기반 투자자의 관점이 하나 더 붙습니다. 통화 가치 하락 위험에 대한 대비 수단으로서의 역할입니다.
이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부분을 그대로 옮기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금의 목표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포트폴리오의 몇 퍼센트를 배분하라는 이야기는, 개인의 자금 성격과 투자 기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같은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인 분산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비용입니다.
다만 이 주장에서 가져갈 만한 관점은 있다고 봅니다. 자산이 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주가 그 증명이었습니다. 우리 증시는 대형 반도체 두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습니다. 코스피 지수 상품을 들고 있다는 건 사실상 그 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두 종목이 흔들릴 때마다 지수 전체가 함께 흔들렸습니다.
금이든 해외 자산이든 다른 업종이든, 흔들리는 축과 다른 곳에 무언가를 두는 것. 그 원칙 자체는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비중은 각자의 몫입니다.
이번 주가 남긴 세 가지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레버리지가 이번 주 최대의 교훈입니다.
지난 급락 구간에서 코스피가 21% 하락하는 동안 레버리지 상품은 48%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반대 방향에 베팅한 상품은 26%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 비대칭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방향을 맞혀도 진폭을 견디지 못하면 손실이 납니다.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 레버리지 상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가치를 갉아먹습니다. 지난 2주 동안 반대매매가 평소의 세 배로 급증한 것도, 결국 이 구조를 견디지 못한 자금들이 강제로 정리된 결과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판단이 틀린 사람이 아니라 버틸 수 없는 자리에 있던 사람입니다.
둘째, 지금은 지수보다 안을 봐야 하는 구간입니다.
이번 주 코스피는 하루에 4%씩 오르내렸습니다. 그 숫자만 보면 어지럽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안에서는 로봇과 2차전지, 광통신, 전기전력, 태양광, 철강, 폐배터리, 드론, 헬스케어까지 계속 돌아갔습니다.
코스피 창 하나만 띄워놓고 있으면 이번 주는 그냥 무서운 주간으로 기억됩니다. 업종별 등락 창을 옆에 같이 열어두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저는 요즘 이 두 창을 나란히 두고 보는데, 지수가 빠지는 날에도 안에서 뭐가 오르는지를 보고 있으면 같은 하락을 훨씬 덜 무섭게 보게 되더군요.
셋째, 시간표는 9월을 향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생산 능력을 늘리는 데 2년이 걸린다는 이야기, 다음 달 코스닥 관련 제도 개편안이 나온다는 이야기, 그리고 9월 통화정책 회의를 전후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는 이야기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지금은 무언가가 결정되는 구간이 아니라, 결정을 기다리는 구간입니다. 이런 시기에 조급하게 움직이면 결정이 내려질 때 정작 쓸 실탄이 없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에 저는 장이 끝나고도 한참 화면을 닫지 못했습니다. 지수는 조정으로 마감했는데 마음은 지난주보다 훨씬 편했거든요. 그 이유를 스스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답은 간단했습니다. 밀리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에는 모든 게 함께 무너졌습니다. 2,200개 가까운 종목이 동시에 빠지는 날에는 어디를 봐도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후반에는 대형 반도체가 밀리는 동안 다른 섹터가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 지수가 옆으로 가는 시간에도 안에서는 새로운 테마가 통째로 올라왔습니다.
돈이 시장 밖으로 나갔으면 그런 그림은 나오지 않습니다. 나가지 않고 다음 자리를 찾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위험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앞서 정리한 거시 지표들은 여전히 경고를 보내고 있고, 빚으로 산 주식의 규모도 그대로입니다. 다음 하락이 오면 또 같은 방식으로 물량이 쏟아질 겁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낙관도 비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조를 이해한 상태로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무엇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고 무엇이 시장을 위협하는지를 알고 있으면, 다음에 같은 일이 벌어져도 훨씬 덜 흔들립니다. 지난 2주에 가장 크게 다친 분들은 시장을 잘못 본 분들이 아니라, 아무 준비 없이 그 변동성 한가운데 서 있었던 분들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어떤 하루가 올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어떤 하루가 오든, 이번 주말에 정리한 다섯 개의 축을 놓고 보면 그 하루가 어디에 속하는 사건인지는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도 장 마감 후 정리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의 불곰장, 태온파파였습니다.
본 글은 시장 정리를 위한 개인적인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매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인용된 전망과 수치는 참고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