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89% 반등, 그런데 장중은 조용했다
안녕하세요, 태온파파입니다.
어제 코스피가 5.8% 빠졌습니다. 오늘은 5.89% 올랐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하루 만에 완전히 되돌린 셈입니다.
그런데 화면을 하루 종일 보면서 든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지수는 이렇게 크게 올랐는데, 장중 시장 분위기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거든요. 오늘은 그 간극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침, 바이오가 판을 깔았다
NXT 시간대에서는 바이오가 가장 강했습니다. 에스티팜과 알테오젠, 녹십자,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넥스 등이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관전 포인트가 명확했습니다. 이 흐름이 본장에서 코스닥 중소형주 전체로 퍼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코스닥이 코스피 급락 속에서도 1% 남짓 빠지며 버텼던 걸 생각하면, 아침의 바이오 강세는 그 연장선으로 볼 만한 신호였습니다.
초반, 갭상승 후 지키지 못했다
본장은 코스피 3%, 코스닥 2%대 갭상승으로 출발했습니다.
모더나 관련주와 코인 관련주가 강했고, 소마젠을 비롯한 모더나 관련 종목들이 상한가권까지 움직였습니다.
다만 지수는 갭상승 이후 초반부터 상승폭을 그대로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2차전지와 반도체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9시 57분에는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돌아보면 여기가 오늘의 첫 번째 신호였습니다. 사이드카가 걸릴 만큼 위로 쏠렸는데, 정작 그 폭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오전, 조용해졌다
오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변동성이 커졌지만, 시장 전체는 오히려 조용해졌습니다.
여기서 제시된 관찰 포인트가 중요합니다. 향후 대형 반도체가 조정을 받을 때 다른 섹터들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였습니다.
어제와 정확히 반대 방향의 질문입니다. 어제는 대형 반도체가 빠질 때 코스닥이 버텼습니다. 오늘은 대형 반도체가 올랐는데, 그 상승이 끝났을 때 나머지가 남아 있을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메가프로젝트 관련주가 일부 움직였고, 11시 이후에는 지투파워와 케이엔에스 등 데이터센터 뉴스 이력이 있는 종목들의 순환도 나타났습니다.
오후, 박스권에 가까웠다
오후 초반에도 시장은 큰 방향성 없이 조용했습니다.
대미투자 관련해서는 협상 이후 정부 보고 과정에서 추가 기사들이 나올 가능성이 체크됐고, 대미투자 1호 결정과 추가 관세라는 양방향 시나리오가 언급됐습니다. 어제도 나왔던 변수인데,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채 계속 대기 중입니다.
이후 건자재 관련주 등 개별 뉴스에 따른 종목별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지수가 5% 넘게 오른 날에 오후가 이렇게 조용한 건 흔치 않습니다. 보통 지수가 크게 오르면 오후에도 추격 매수가 붙으면서 종목들이 계속 튀거든요. 오늘은 그게 없었습니다.
마감, 개별 뉴스만 남았다
장 후반에도 시장 전체는 조용했고 개별 뉴스에 따른 종목 움직임이 중심이었습니다.
에이럭스 등 드론 관련주가 막판에 움직였지만, 이미 나온 적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연속성은 보수적으로 보고 관찰만 하는 전략이 제시됐습니다.
마감 정리는 이랬습니다. 현재 시장을 박스권 장세로 규정하고, 지루한 횡보와 관망 역시 하나의 투자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지수가 5.89% 오른 날의 마감 코멘트가 박스권과 관망이라는 게 의외로 들리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장중 흐름을 보면 납득이 갑니다.
수급으로 본 오늘
오늘 수급은 어제의 정확한 반대입니다.
코스피에서는 개인이 2조 7,605억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2조 4,002억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급등을 주도했습니다. 기관은 6,471억 순매도였습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98억 순매도로 거의 중립이었고, 외국인이 1,233억 순매도, 기관이 1,209억 순매수했습니다.
오늘 수급의 핵심은 외국인의 코스피 대규모 매수와 대형 반도체 강세입니다.
어제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 8,188억을 팔았습니다. 오늘은 2조 4,002억을 샀습니다. 이틀 사이에 방향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그리고 그 매수가 어디로 갔는지가 오늘 시장의 성격을 설명합니다. 삼성전자가 9.49%, SK하이닉스가 12.73% 오르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코스피 5.89% 상승의 대부분이 이 두 종목에서 나온 겁니다.
반면 코스닥은 1.99% 상승에 그쳤고, 외국인은 코스닥에서 오히려 팔았습니다.
오늘이 남긴 세 가지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지수 상승의 실체는 두 종목입니다. 삼성전자 9.49%, SK하이닉스 12.73%. 코스피 5.89% 상승은 이 두 종목의 반등이 만들어낸 숫자입니다. 어제 이 두 종목이 10%, 8% 빠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던 것과 정확히 대칭입니다. 우리 지수가 얼마나 소수 종목에 종속돼 있는지를 이틀 연속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둘째, 지수와 장중 체감이 크게 어긋났습니다. 코스피가 5.89% 오르는 날인데 오전부터 마감까지 시장 전체는 조용했습니다. 갭상승 폭도 지키지 못했고, 오후에는 개별 뉴스 종목만 움직였습니다. 지수만 보고 오늘을 판단하면 실제 시장과 다른 그림을 갖게 됩니다.
셋째, 그래도 테마는 계속 나왔습니다. 바이오와 모더나 관련주가 장초반 강한 테마를 형성했고, 태양광과 ESS, 화장품, 호남 반도체가 순환했으며, 스테이블코인도 관련 법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메가프로젝트, 건자재, 드론까지 시간대별로 개별 재료가 이어졌습니다.
총평 — 반등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틀간 벌어진 일
어제와 오늘을 함께 놓고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어제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 5조 7천억을 팔았고, 대형 반도체 두 종목이 10%, 8% 빠지며 지수를 5.8% 끌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코스닥은 1.17% 하락에 그쳤습니다.
오늘은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 4천억을 사들였고, 같은 두 종목이 9.49%, 12.73% 오르며 지수를 5.89%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코스닥은 1.99% 상승에 그쳤습니다.
이틀 동안 코스피는 왕복 11%를 움직였고, 코스닥은 왕복 3% 남짓 움직였습니다.
즉 지난 이틀은 시장 전체의 사건이 아니라 대형 반도체 두 종목의 사건이었습니다. 그 두 종목이 코스피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지수가 널뛴 것이고, 나머지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습니다.
박스권이라는 규정
오늘 마감 코멘트에서 시장을 박스권 장세로 규정한 게 흥미롭습니다.
코스피가 5.89% 오른 날에 박스권이라니, 언뜻 모순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이틀치를 겹쳐보면 맞는 말입니다. 어제 5.8% 빠지고 오늘 5.89% 올랐으니, 이틀 합치면 제자리입니다.
그리고 지수를 걷어내고 개별 종목 관점에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오늘 장중 내내 시장은 조용했고, 갭상승 폭도 지키지 못했으며, 오후에는 개별 뉴스 종목만 움직였습니다. 큰 방향성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지금 시장은 위로도 아래로도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 반도체의 등락에 따라 지수만 크게 흔들릴 뿐, 시장 전체의 무게중심은 옆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루함과 관망도 전략이다
오늘 나온 표현 중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이것입니다. 지루한 횡보와 관망 역시 하나의 투자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건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지난 3주 동안 우리는 서킷브레이커 두 번, 하루 18% 폭등, 하루 5.8% 폭락, 그리고 오늘 5.89% 폭등을 겪었습니다. 이런 진폭에 익숙해지면 조용한 시장이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런데 그 기분을 따라가면 대부분 손실로 이어집니다. 방향이 없는 시장에서 방향에 베팅하면 진입할 때마다 수수료만 나갑니다. 특히 오늘처럼 지수는 크게 오르는데 종목은 조용한 날에 추격하면, 정작 지수가 되밀릴 때 그대로 물립니다.
지난주부터 계속 짚어온 원칙이 여기서도 유효합니다. 비중을 무리하게 키우지 않는 것. 그리고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견디는 것.
대형 반도체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어제 마감 정리에서 대형 반도체 변동성이 줄어들면 다시 테마장세가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 결과를 보면 변동성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어제 10%, 8% 하락, 오늘 12.73%, 9.49% 상승입니다. 이틀 연속 두 자릿수 근처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 진폭이 유지되는 한 지수는 계속 널뛸 겁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테마들은 지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장중이 조용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전에 제시된 관찰 포인트가 앞으로 계속 유효합니다. 대형 반도체가 다시 조정을 받을 때 다른 섹터들이 얼마나 버텨주느냐. 어제는 코스닥이 잘 버텼습니다. 다음번에도 그럴 수 있다면, 시장의 무게중심이 실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대미투자, 아직 방향이 없다
한 가지 변수는 계속 대기 중입니다.
대미투자 협상 이후 정부 보고 과정에서 추가 기사가 나올 가능성이 언급됐고, 대미투자 1호 결정과 추가 관세라는 양방향 시나리오가 함께 제시됐습니다.
양방향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좋게 나올 수도 있고 나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인지는 발표가 나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변수는 예측 대상이 아니라 대비 대상입니다. 어느 쪽이 나와도 견딜 수 있는 비중인지만 확인해두면 됩니다.
여기에 다음 주 AI 반도체 대장 기업의 실적 발표도 남아 있습니다. 오늘 대형 반도체가 크게 오른 것도 그 기대감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기대가 클수록 결과에 대한 반응도 커집니다. 7월 말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기업이 그날 급락했던 걸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 되돌렸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코스피 5.89% 상승은 반가운 숫자입니다. 어제의 하락을 하루 만에 되돌렸으니까요. 외국인이 다시 2조 4천억을 사들였다는 것도 좋은 신호입니다.
다만 이 상승이 시장 전체의 회복인지, 대형 반도체 두 종목의 반등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코스닥이 1.99%에 그쳤고 외국인이 코스닥에서는 오히려 팔았다는 점을 보면, 후자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오늘 장중이 하루 종일 조용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수가 크게 올랐다고 시장이 뜨거웠던 게 아닙니다. 갭상승 폭도 지키지 못했고, 오후에는 개별 뉴스 종목만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감 코멘트대로 지금은 박스권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스권에서는 지루함을 견디는 게 전략입니다.
지난 3주 동안 큰 등락을 여러 번 겪으면서, 조용한 날을 견디는 근육이 오히려 약해지셨을 수 있습니다. 저도 오늘 오후에 화면을 보면서 몇 번이나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날은 원래 이렇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을 잘 보내는 게, 큰 날을 잘 넘기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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