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9월3일) 세 주체가 다 팔았는데 코스피는 왜 올랐나

세 주체가 다 팔았는데 코스피는 왜 올랐나

장 끝나고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코스피 +0.26%, 코스닥 -1.71%. 이 두 숫자만 떼어서 보면 코스피는 오른 날, 코스닥은 빠진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 종목 화면을 켜두고 있었던 분이라면 '올랐다'는 감각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코스닥 하락 종목이 1,108개였습니다.

오늘은 순서를 바꿔서, 장 흐름보다 수급부터 보겠습니다. 오늘의 이상함이 전부 거기에 들어 있어서입니다.

세 주체가 다 팔았는데 지수는 올랐다

코스피 수급은 개인 -1조 1,597억, 외국인 -2,095억, 기관 -2,415억이었습니다(한국거래소 투자자별 매매동향). 개인·외국인·기관이 모두 순매도인데 지수는 +0.26%로 마감했습니다.

수급표를 볼 때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 주체 합이 지수 방향과 맞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오늘은 안 맞습니다. 세 칸이 전부 마이너스인데 지수가 플러스라면, 표에 안 나온 곳에서 매수가 들어왔거나 매도 규모가 지수 영향력이 큰 종목에 집중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같이 봐야 할 게 선물입니다. 외국인은 현물을 2,095억 순매도했지만 선물에서는 +5,870억을 순매수했습니다. 현물과 파생의 방향이 엇갈린 겁니다. 외국인이 현물을 던지면서 동시에 선물을 사는 건 방향을 확정한 매도라기보다 포지션 조정이나 헷지 성격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오늘 코스피가 갭을 다 반납하고도 플러스를 지킨 배경에 이 선물 매수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오늘 하루치 수급만 놓고 본 것이고, 다음 거래일에 선물 매수가 청산되면서 현물 매도가 이어진다면 완전히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코스닥은 그림이 더 단순합니다. 개인 +3,403억, 외국인 -1,321억, 기관 -1,975억. 개인 혼자 받았습니다. 여기에 코스닥150이 -2.28%로 지수보다 더 빠졌고, 하락 종목이 1,108개였습니다. 대형 코스닥 종목이 먼저 무너지고 중소형주가 따라 밀린 형태입니다. 코스닥 투자자의 체감이 -1.71%보다 훨씬 나빴던 이유가 이 세 가지의 조합입니다.

갭상승 1%로 시작해서, 한 시간 만에 반납

정규장 전 NXT부터 이미 방향이 잡혀 있었습니다. 한텍을 시작으로 SNT에너지, 태광, 성광벤드 같은 알래스카 LNG 관련주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이 종목들은 기존 대미투자 LNG 테마와도 겹치는 자리라 시간외 반응이 정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2차전지 쪽에서는 TCC스틸이 올랐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일 하락분을 일부 되돌리는 정도였고 강한 단일 주도 테마라기보다 개별 종목 중심의 흐름이었습니다.

9시, 양 지수가 1%대 갭상승으로 출발했습니다.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철강이었습니다. 신스틸이 상한가에 진입했고 금강철강이 상한가를 터치했습니다. 이어 넥스틸, 하이스틸, 부국철강 쪽으로 순환이 번졌습니다. LNG 재료가 파이프·피팅을 거쳐 철강으로, 다시 조선으로 옮겨가는 확산 경로가 오늘 가장 선명한 축이었습니다.

문제는 지수였습니다. 갭을 지키지 못하고 빠르게 흘러내렸습니다.

저는 이럴 때 국채금리부터 확인합니다. 갭 반납의 원인이 금리 급등이면 성격이 무겁고, 아니면 단순 수급 흔들림일 가능성이 열립니다. 오늘 아침 시점에서 국채금리가 급등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흔들림 쪽에 무게를 뒀는데, 다만 하락이 계속 이어졌다면 반도체 관세 이슈를 다시 꺼내서 봐야 하는 국면이었습니다. 이 체크는 다음 거래일에도 유효합니다.

되돌림과 순환, 그리고 14시 이후

10시를 넘기면서 시장이 되돌리기를 시도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랐고, 대미투자 LNG와 원전 관련주가 지수 반등과 함께 다시 움직였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기술이 반등했고, ESS 섹터는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약세장에서 상대강도가 확인되는 자리는 따로 기록해둘 가치가 있습니다.

11시대에는 성격이 다른 재료가 하나 붙었습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균형발전 정책 이슈로 세종시 관련주가 움직였고, 유라테크는 VI가 두 번 발동됐습니다. 프림파스트, 대주산업, 성신양회 등이 함께 올랐습니다. VI(변동성완화장치)가 무엇이고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와 어떻게 다른지는 따로 한 편으로 다루겠습니다. 오늘 같은 날 종목 화면에서 VI를 보고도 무슨 상태인지 모르면 판단이 늦어집니다.

오전 내내 시장 전체는 방향을 만들기보다 미국 증시를 확인하려는 눈치보기 횡보에 가까웠습니다.

12시를 넘기면서 조선주가 갑자기 순환했고 원전이 다시 움직였습니다. 지투파워가 순간적으로 올랐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대미투자 양쪽 재료를 걸치면서 양호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가스터빈 쪽에서는 삼미금속이 올랐는데,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제3국 발전 설비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시장에서 언급되면서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여기에 외신에서 전쟁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가 나오자 희림, 전진건설로봇 같은 재건 관련주가 올랐고 대형 건설주까지 수급이 확산됐습니다. 다만 이건 공식 발표가 아니라 추측성 보도였다는 점이 당시에도 명확히 언급됐습니다. 재료의 근거가 추측인지 확정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다음 날 되돌림을 맞고도 이유를 모르게 됩니다.

14시 이후가 오늘 가장 시끄러웠습니다. 변수가 세 개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선물이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가 흔들렸고, 같은 시간대에 이란의 쿠웨이트 미군기지 공격 소식이 전해지며 석유 관련주가 순간 급등했습니다. 지수가 빠지는데 석유가 튀는 건 전형적인 헷지성 움직임입니다. 여기에 엔화가 강세로 돌면서 엔캐리 청산 우려가 다시 나왔고, 일본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변수로 붙었습니다.

입찰 응찰률(bid-to-cover)은 3.79였습니다. 직전 3.86보다는 낮지만 12개월 평균 3.52보다는 높은 수치입니다. 최악의 입찰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시장이 완전히 안심할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응찰률은 국채 발행 물량 대비 수요가 몇 배로 들어왔는지를 보는 숫자라, 이 값이 무너지면 일본 장기금리가 튀고 그게 글로벌 유동성 회수 우려로 번집니다. 오늘은 그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국내 증시는 이후 낙폭을 일부 되돌리며 마감했습니다.

총평

오늘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지수는 방어됐고 종목은 방어되지 않은 날입니다. 코스피 +0.26%라는 숫자는 외국인 선물 매수와 일부 대형주가 만든 결과에 가깝고, 세 주체가 동시에 현물을 팔았다는 사실이 그 위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코스닥은 코스닥150이 -2.28%로 지수보다 더 빠진 채 하락 종목 1,108개를 남겼습니다. 개인 홀로 3,403억을 받은 시장이 다음 날 어떻게 되는지는 여러 번 확인된 패턴이지만, 그게 반드시 반복된다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조건이 매번 다릅니다.

테마 쪽에서는 알래스카 LNG가 오늘의 중심축이었습니다. 시간외에서 시작해 철강으로 확산되고 조선까지 이어진 경로가 하루 안에 완성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원전과 대미투자는 지수가 빠지는 구간에서도 상대강도를 유지했습니다. 재건은 추측성 보도를 재료로 순환했고, 석유는 지정학 이벤트에 반응한 헷지성 움직임이었습니다. 이 넷은 성격이 전부 다릅니다. 정책·계약 기반인 것과 뉴스 한 줄로 움직인 것을 같은 무게로 보면 다음 날 대응이 꼬입니다.

저는 지금 시장을 지수보다 개별 종목의 체감이 더 나쁜 구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외국인의 현물 매도가 추세적 이탈이 아니라 조정 성격이라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선물 매수분이 청산되면서 현물 매도가 며칠 더 이어지거나, 일본 장기금리가 다시 튀거나, 반도체 관세 이슈가 실제 재료로 올라온다면 전제가 깨지는 것이고 그때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다음 거래일에 제가 먼저 볼 숫자는 외국인 선물 포지션과 코스닥 하락 종목 수, 이 두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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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시장 기록 및 공부 목적의 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추천이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님을 밝힙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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